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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edia

[2020 100권 읽기] #003 여행의 이유-김영하

이 책은 정말 오랜시간동안 읽었다. 사실 한 장 한 장 곱씹느라 오래 읽은 것은 아니고 요즘 책읽기에 대한 나의 열정이 부족해서이다. 오히려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어졌다고 해야하나. 새로운 삶의 형태,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느라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한동안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출퇴근 시간을 알차게 보내보겠다고 전자책도 들고 다니고 어플로도 틈틈히 독서를 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지금의 출퇴근 시간은 나에게 이 짧은 거리를 가는 동안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되. 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거리를 주었다. 그래도, 출근 시간에는 정신이 상쾌했기 때문에 종종, 그리고 틈틈히 읽어 왔던 여행의 이유. 오늘 모두가 기다리던 황금연휴의 첫 날 한가한 오후을 보내며 남은 페이지들을 모두 넘겨버렸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사실 국내 여행에는 큰 관심이 없고 해외로 나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예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즐긴다고 해야하나? 무튼 나는 여행을 즐기는데 뭔가 여행의 동행자를 제외하고는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전혀 없고 말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립된다. 아주 좋은 의미의 고립이다. 그냥 그 순간의 풍경, 음식, 내 앞에서 같이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나의 현실에서의 고민은 내 집, 사무실에 있다. 나는 그것으로부터 엄청 먼 거리 떨어져서 현실의 문제들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순간만 즐기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여행의 의미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보고 저리보면서 다양한각도에서 설명한다. 나는 그중 숙소.호텔이 주는 의미를 해석해준 부분에서 공감했다. 누군가가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아늑한 공간, 그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나만을 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오롯이 여독을 풀기 위해 준비된 공간인 것이다. 내일 또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정돈된 나의 안락처.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떠올랐던 나의 여행들이 생각난다.